viewer 영화 ‘도망친 여자’ 스틸컷./전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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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사건은 없습니다.
거실, 주방, 집 앞, 카페 같은 일상의 공간에서 소소한 대화가 오갈 뿐입니다.
“나 잘 한 것 같아”라며 스스로 내린 결정을 스스로 칭찬하면, “정말 그래”라고 상대에게 동의해 줍니다.
지적하거나 반문하지 않습니다.
적대적인 말은 한 마디도 주고받지 않습니다.
가식과 진심, 무심 사이에서 대화가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입니다.오는 17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도망친 여자’는 주인공 감희(김민희)가 지인 영순(서영화), 수영(송선미), 우진(김새벽)을 연이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각각의 장면들로 이어져 있습니다.
영순은 남편과 이혼 후 외진 곳에 집을 구입해 새 룸메이트와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게 예전보다 좋다고 합니다.
수영 역시 이사 온 동네와 집이 너무 좋다고 합니다.
윗집 건축가와 잘 될 것 같다고 자랑을 합니다.
영화관에서 우연히 만난 우진은 과거의 일에 대해 감희에게 사과하고, 감희는 아무렇지 않다고 말합니다.감희는 세 사람을 차례로 만날 때마다 남편과 결혼한 뒤 5년 동안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고, 남편은 ‘사랑하는 사람은 무조건 붙어있어야 한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지점에서 관객은 슬쩍 의심을 품지만 영순, 수영, 우진 중 누구도 관객을 대신해 감희에게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은 등장인물들의 마음이나 생각을 명징하게 알 길이 없습니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인간관계가 대체로 그러하지 않던가.‘도망친 여자’는 홍 감독의 스물네 번째 장편이자 페르소나 김민희와 함께 한 일곱 번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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