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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험대] 시무 7조 조은산 림태주에 재반격 2000만 짓밟는게 정의냐

by 공공기관정보 2020. 8. 31.

■ 림태주 시인이 쓴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 전문
내 너의 상소문을 읽었습니다.
충정이 엿보이더구나.
네가 생업에 일념하도록 평안한 정사를 펼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하고 슬펐다.
국사가 다망해 상소에 일일이 답하지 않는다만, 너의 ‘시무 7조’가 내 눈을 찌르고 들어와 일신이 편치 않았습니다.
한 사람이 만백성이고 온 우주라 내 너의 가상한 고언에 답하여 짧은 글을 내린다.


나는 바로 말하겠습니다.
너의 문장은 화려하였으나 부실하였고, 충의를 흉내 내었으나 삿되었습니다.
너는 헌법을 들먹였고 탕평을 들먹였고 임금의 수신을 논하였습니다.


그것들을 논함에 내세운 너의 전거는 백성의 욕망이었고, 명분보다 실리였고, 감성보다 이성이었고, 4대강 치수의 가시성에 빗댄 재난지원금의 실효성이었습니다.
언뜻 그럴 듯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습니다.
편파에 갇혀서 졸렬하고 억지스러웠고, 작위와 당위를 구분하지 못했고, 사실과 의견을 혼동했습니다.


선왕의 출신이 거칠고 칼을 내세워 말하는 시기에는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려 따르고 아첨하기 일쑤였었습니다.
의견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문벌귀족과 권문세가들이 왕권을 쥐락펴락 위세를 떨칠 때에는 일치된 하나의 의견이 있었을 뿐입니다.


너는 명분에 치우쳐 실리를 얻지 못하는 외교를 무능하다고 비난하였습니다.
너는 이 나라가 지금도 사대의 예를 바치고 그들이 던져주는 떡과 고기를 취하는 게 실리라고 믿는 것이냐?
그것은 백성에 대한 의리를 말하는 것이고, 이 나라의 자존과 주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더냐.
가령, 너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힌 친구가 있다고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 몇 푼 받고 합의하고 아무 일 없던 듯이 친하게 지내는 것이 네가 생각하는 정의이고 실리더냐.
나에게 명분은 의의 살아있음입니다.
고깃덩이가 아니라 치욕에 분노하고 맞서는 게 나의 실질이고, 백성에게 위임받은 통치의 근간입니다.
너희의 평상어를 빌리면, 무릇 백성의 실리는 돈이 아니라 가오에 있지 않더냐.
너는 백성의 욕망을 인정하라고 하였습니다.
너의 그 백성은 어느 백성을 말하는 것이더냐.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탐욕에 눈 먼 자들을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퉁 치는 것이냐.
나에게 백성은 집 없는 자들이고,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 집주인의 눈치를 보는 세입자들이고, 집이 투기 물건이 아니라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땅값이 풍선처럼 부풀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수십 채씩 집을 사들여 장사를 해대는 투기꾼들 때문에 제 자식들이 출가해도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위화감에 분노하고 상심하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너는 지금 이 정부가 이성적이지 않고 감성에 치우쳐 나랏일을 망치고 있다고 힐난하였습니다.
네가 말하는 이성과 감성의 의미를 나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열 마리의 양을 모는 목동이 한 마리의 양을 잃었습니다.
아홉 마리의 양을 돌보지 않고 한 마리의 양을 찾아 헤매는 목동을 두고 너는 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 한 마리를 찾지 않는다면 아홉 마리가 곧 여덟이 될 것이고, 머지않아 남은 양이 없게 될 것입니다.
그 한 마리가 너일 수도 있고, 너의 가족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습니다.
너는 나를 내팽겨 칠 것이냐.
나는 너를 끝까지 찾을 것입니다.
그릇된 찌라시가 진실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무지는 스스로를 망치는데 쓰이지만, 섣부른 부화뇌동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어 모두를 병들게 합니다.
나는 오늘도 백성의 한숨을 천명으로 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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